최근 종북주의자를 배제한 진보신당 창당을 주창하신 홍세화 선생님께 몇 가지만 질문할게요. 대화와 토론의 문화가 없는 종북주의자들을 문제삼으셨으니 대화와 토론만큼은 잘해주실거라 믿어요.
0. 질문에 앞서서 -저는 이른바 '자주파' 출신으로 분류되는 당원입니다. -현재 활동과 학습을 게을리하고 생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분당, 신당창당에 찬성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1. 질문 하나, 진보신당의 가입조건은 무엇입니까?
신자유주의 반대, 한미FTA반대 정도를 이념적 조건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거기에 다 동의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홍 선생님이 말씀하신 자주파들 모두가 동의할 겁니다. 그들이 가입해도 괜찮겠습니까? 가입조건에서 <자주파 출신 배제>, <종북주의 사상검증 필수>는 없습니까? 저도 신당이 생기면 선택을 해야 하니 미리 말씀해 주세요.
2. 질문 둘, 대중조직은 어찌 할까요?
당에서 자주파 솎아내는 일이야 뭐 그리 어렵겠습니까? 신당 창당하면서 <자주파 배제>를 내걸면 되겠죠. 그런데 민주노총, 전농 등을 비롯한 대중조직의 자주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들도 모두 솎아내야 하는 거지요? 자주파가 다수인 노동조직, 농민조직, 학생조직...이 모두가 진보조직으로 볼 수는 없는 거지요? 그 조직들을 모두 버리고 새 조직 만들어야 하는 거지요? 아니면 대중조직은 그대로 두되, 선거때마다 당 2개를 놓고 분열해야 하는 건가요? 당과 대중조직과의 관계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3. 질문 셋, 종북주의를 뿌리뽑을 방법은 없을까요?
대화와 토론도 안되는 왕조숭배주의, 종북주의를 뿌리 뽑을 방법은 없을까요? 우선 종북주의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겠는데, 종북주의 운운하는 사람마다 다들 내용이 달라서 파악하기 너무 어렵네요. 홍세화 선생님이 생각하는 종북주의는 무엇인지, 민주노동당을 침체하게 만든 종북주의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것이 왜 종북주의인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철저히 밝혀서 발본색원 해봅시다. 홍선생님처럼 책임있는 지식인이 범주와 정의가 불분명한 용어로 일부 대중을 마녀사냥하고 그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진보조직을 망하게 하는 암세포와 같은 종북주의, 종북주의자, 종북주의적 행태...모두 철저히 정의하고 규탄해 주시기 바랍니다.
홍세화선생님의 분당론이 좀 황당하긴 하지만, 내 수준은 딱 이정도? 서로 맞지 않다면 분당도 나쁘지 않지만, 아직 아래의 산적한 내용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분당하면 모든게 좋아질까? 특히 분당을 시켜야 할사람들은 대부분의 문제의 핵심들을 유발시키는 사상적 순결주의자들이 아닐까? 당원게시판에 저런 글을 볼때마다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 당게시판에 몇 년만에 글을 써놓고 잠도 못잤습니다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 당게시판에 글을 쓰는 일이 굉장히 부담스럽니다 또한 제대로 활동 한 번 해 본 적 없기에 자격지심도 상당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한 마디 의견을 다들 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먼저 몇 가지 중요사항을 말씀드리고 분당을 논하겠습니다. 정리해서 글을 쓰고 올리려 하다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마구 적어내려가겠습니다
1. 지금은 조승수 당원 징계를 운운할 때가 아닙니다
당의 기강과 건강한 질서 차원에서 보자면 조승수 당원의 발언과 행위는 명백한 반당행위입니다. 하지만 지금 민주노동당의 상황은 기강 따위를 세울 처지가 아닙니다. 분당을 고민하는 마당에 기강 운운은 한가로운 소리입니다. 또한 분당까지 고민하는 당원이 적지 않고 박노자, 홍세화, 조승수 등등의 분들이 아무 고민도 없이 그런 말까지 하실 분들이 아닙니다. 얼마나 절박하면 그렇게 말했겠습니까? 기존의 당질서를 지키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정말로 신당을 창당하는 마음으로 현사태를 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전진정파의 행태는 용납하기 힘듭니다. 조승수 당원은 적어도 당당히 자기 견해를 표현하고 선거운동을 안했지만 전진의 행태는 솔직하지도 못했고 음모적입니다. 비도덕적입니다.
2. 자주파는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합니다
저 자신이 한 때 자주파 지도부를 세우기 위해 당게시판에서 열심히 활동한 바 있습니다. 그때 제가 한 말은 "김창현 당원과 이용대 당원에게 기회를 주자"였습니다. 기회는 주어졌고 기대는 무너졌습니다. 혹자는 일부세력의 분파주의 등을 들면서 책임을 전가하려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에 정파 갈등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 없습니다. 자주파에게 주어진 기회는 그 갈등까지 극복해서 획기적 당발전을 이루고 실천적 결과로 모든 부당한 비난을 잠재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주파는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지도부를 책임진 입장에서 다른 누구를 탓해서는 안됩니다. 전적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지휘부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물론 이는 모든 자주파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지도급에서 책임진 분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모든 자주파는 물러나거나 입을 다물거나 당을 나가라고 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그것은 가당치않은 연좌제입니다. 책임소재를 공정하고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창현 당원이 비례대표로 거론되는 것은 반대합니다.책임지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3. 권영길 후보를 문제삼는 것에 대해 반대합니다.
후보 한 명 바뀐다고 해서 생기지 않을 문제였다면 역설적으로 민주노동당은 별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후보가 누구였더라도 대동소이했을 거라고 봅니다. 후보를 문제삼으면서 종북주의와 분당을 운운하는 분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야 합니다. 전술적인 문제와 근본문제를 동일시하는 의도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과연 그러한 부당논리를 펼치는 것에서 비인간성을 느끼지는 않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 이제 분당문제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 자주파도 분당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저 자신부터 과연 정파연합당이라는 게 가능한 것인지 수없이 회의했습니다. 당활동이 꺼려지는 데에는 솔직히 이 부분도 큽니다. 저는 학생운동 이후로 더 이상 소모적인 정파 갈등으로 인간성과 정신을 갉아먹히는 일을 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파 갈등 문제로 저는 인간관계에 치명적 상처를 입은 후로 모든 인간 관계를 두려워하게 된 사람입니다. 사람을 사귀거나 좋아함에 있어서 굉장히 적극적이고 낙관적이었던 스무살의 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극심한 정파 갈등이 그칠 줄 모르는 당을 보면서 사실 근처에 가기도 싫었습니다. 자주파를 욕하는 분들은 정파적 폭력을 자주파에게서만 느꼈겠지만 자주파인 저로서는 그 반대의 경우도 느낍니다. 그래서 진지하게 고민해왔습니다. 과연 이대로 당이 유지되는 것이 옳은가하고 말입니다. 반민족과 반북을 신념으로 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옳은가하고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자주파도 진지하게 분당을 고민해야 합니다. 몇명 징계하고 출당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심상정 의원이 언젠가 말한 것처럼 제정파를 녹여내는 용광로로 당을 만들 수 없다면 굳이 지지부진하게 당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기왕에 제기된 분당 고민이라면 자주파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충 봉합하고 지나갈 일이 아닙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분당밖에 답이 없다면 분당해야 합니다. 반대로 분당은 절대로 답이 아니라고 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2. 분당고민의 첫번째 화두-이북과의 관계 설정입니다.
종북주의가 문제라고 합니다. 저는 이 주장에 반대합니다.
첫째, 민주노당의 문제는 종북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박노자씨도 잘 지적하셨습니다. 박노자씨는 좌파민족주의(종북주의와 다른 개념이지만 비슷한 세력을 지칭)를 청산하는 문제는 민주노동당 혁신의 시작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문제가 산더미처럼 있다는 것이지요. 정작 종북주의가 문제라고 지적하시는 박노자씨나 홍세화씨도 독도사건이나 북인권 및 핵무기 비판문제, 당원정보유출해위 등의 몇 가지 사례밖에 들지 못합니다. 이 사례들은 상징적일 수는 있으나 민주노동당 침몰의 결정적 근거가 되지는 못합니다.
둘째, 종북주의(아마도 북조선 노동당 지지 입장)을 문제삼는 것은 남의 신앙을 문제삼는 것과 똑같습니다. 유물론적 입장에서 유신론자는 진보라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불교신자도, 기독교신자도 진보적 실천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교인들과 연대함에 있어서 부처를 섬기거나 예수를 섬기는 것을 문제삼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실천이지 머릿속 신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사파가 문제라면 구체적 실천행위를 일일히 비판하면 그만입니다. 그들의 머릿속을 뜯어 고치려 하는 것은 반인간적 폭력행위입니다. 개인적으로 그가 조선노동당을 지지하든 김일성 김정일을 숭배하든 상관할 바 없습니다. 그의 정치적 실천이 그로부터 비롯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정치적 실천 문제를 근본사상으로부터 환원해내려는 것은 관념론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실천속에서 사상이 혁신될 수 있다는 진보적 신념에 반합니다. 모든 것은 실천으로 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사파들이 여전히 반한나라당 연대에 미련을 가지고 있다면, 그래서 그런 실천행위를 한다면 그것을 비판하고 근절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게 다 주사파라서 그래"라는 식으로 환원하는 것은 관념론일 뿐입니다. 우리 운동에서는 그런 공리공담의 사상투쟁이 너무 많았습니다. 사상투쟁도 실천을 매개로 해야지 실천과 동떨어져서 진행해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남습니다. 주체사상을 신봉하건, 조선노동당을 따르건 문제삼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의 당원이라는 것이고 민주노동당의 당원으로서 가지게 되는 역할에서 이북에 대한 현실적 입장을 어떻게 취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대중과 양심세력이 북에 대한 일방적 추종 혹은 지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대중추수주의가 아닙니다. 남한의 명백한 현실조건에 대한 주체적이고도 과학적인 고려입니다. 남한대중의 감수성과 눈높이를 무시하고서 대중정당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민주노동당의 당적 실천에서 대북관 때문에 큰 문제가 된 적이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자주파가 공식적으로 가져야 하고, 실제로 가지고 있는 대북입장은 평화통일의 파트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한을 이북식 사회주의로 만들자거나 이북사회주의의를 지지엄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통일을 고민하는 입장은 적어도 실천적으로 제시된 바가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는 사람을 뭐라 할 수는 없고, 뭐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이 당적 실천이 되지 않으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실천에서 종북주의를 보인 적이 없다 하더라도 종북주의 비난을 무조건 거부하고 볼 일은 아닌듯 합니다. 주체사상을 지지하고 조선노동당을 지지한다 하더라도 이북을 완벽한 유토피아로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주체사상도, 이북 사회주의도 역사적 산물입니다. 역사적 산물이라는 것은 역사적 한계를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비판지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이북 사회주의의 정수를 계승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남한에 그대로 이식하는 형식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철저히 남한의 구체적, 주체적 조건에 근거해서 이북 사회주의가 가지는 한계점을 인식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따라서 이북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것도 당연합니다. 문제는 많은 당원들과 대중들이 주체사상파를 무뇌아쯤으로 생각하고 비판의식도 없고 대화와 토론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부당하고 말도 안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도록 한 데에는 주체사상파도 책임이 있습니다. 과연 남한의 구체적, 주체적 입장에서 이북사회주의를 비판적으로(계승과 혁신의 관점으로) 연구하고 발표한 일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오해이든 억측이든 이 문제를 풀 책임은 주체사상파에게 있습니다. 이북사회주의는 토씨 하나 바꿀 필요없이 남한에 이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런 생각은 주체사상과도 인연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 제가 한 이 말에 대해서 항간에는 사상적 순결성이 의심된다느니 하는 말이 있을 줄로 압니다. 그런 순결성은 지키고 싶은 사람만 지키면 됩니다. 민주노동당에는 필요없는 순결성입니다. 당적 실천으로만 제기되지 않으면 그런 순결성도 문제되지 않습니다만, 그런 이상한 순결성이 아니라면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고민의 결과물이 필요합니다. 만약 이상한 순결성을 지키고 민주노동당에서도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분당해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분당하지 않는 것은 음모적 작태일 따름입니다. 그런 세력이 있으면 정치적으로 솎아내면 되는 일이지 분당을 한다는 건 빈대잡자고 집태우는 격입니다.
3. 모든 근본주의, 순결주의와 결별해야 합니다.
종북주의가 문제가 된다면 그것은 순결주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근본주의자, 환원주의자, 순결주의자와는 본래 대화와 토론이 되지 않습니다. 자주파 중에도 분명히 근본순결주의자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파를 막론하고 존재하는 문제입니다. 이 부분은 홍세화 당원도 지적했습니다. 평등파 일각에서도 사회주의적 원칙 운운하며 북유럽 사민주의를 깔아뭉개곤 합니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비판이 아니라 근본주의적이고 관념적인(사회주의 원칙 어쩌구 저쩌구) 공리공담에 불과한 논의를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홍세화 당원도 근본주의의 오류에 빠져있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머릿속 사상, 종북주의를 문제삼는 것, 문화적 태도를 문제삼는 것은 근본주의적 오류입니다. 자주파라고 해서, 주체사상파라고 해서 비이성, 비합리에 빠져 있다고 보는 것은 하나의 사상적 근원으로 사상전반을 일반화하는 오류입니다. 아마도 근본사상에 의해 사상전반이 완벽하게 통일되어 있는 인간은 초인이라 할만큼 드물 것입니다. 사회주의를 신봉한다는 사람은 과연 자본주의적 사상경향이 없는지, 자유주의자라는 사람은 과연 반자유주의적 경향이 없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물론 모든 경향을 다 인정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최소한의 판단제한선은 필요합니다. 그것이 홍세화 당원이 스스로 말한 신자유주의 반대, 한미FTA반대 등등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머릿속 사상과 문화적 태도를 근거로 척결과 청산, 단절을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제안한 진보의 기준과 모순됩니다. 김일성 김정일을 숭배하든 말든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FTA를 반대하는 것 아닙니까? 부처를 숭배하든 예수를 숭배하든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 반대, FTA반대 아닙니까?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이 하는 행동이라면 그 어떤 것도 진보로 볼 수 없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요? 오직 구체적 실천, 정치적 실천으로 평가하시기 바랍니다. 근본사상을 도려내려고 하지 마시구요. 당내에서의 패권적 행태도 주사파라서 그렇고, 학습부족도 주사파라서 그렇고, 대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도 주사파라서 그렇고, 성격 나쁜 것도 주사파라서 그렇고, 머리 나쁜 것도 주사파라서 그렇고, 인상 더러운 것도 주사파라서 그렇고, 짜장면 배달 늦는 것도 주사파라서 그렇고, 하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전혀 이성적이지 않습니다.
4. 민족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필요합니다.
종북주의 문제와 민족모순문제를 동일시하는 경향, 한국사회의 민족모순문제를 인정하는 것을 종북주의와 한묶음으로 취급하는 경향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주사파와의 단절을 주장한 김규항씨 또한 "계급의 체로 걸러진 민족"에 대해서는 인정합니다. 민족모순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제국주의의 문제와 분단의 문제에 대해서까지 모조리 부정하는 민족허무주의는 전혀 실천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민족문제를 백안시하던 일부 평등파 또한 한국사회에서 대중정당을 책임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현실적으로 민족문제를 고민할 거라고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종북주의 청산 운운하면서 민족허무주의로 나아가게 되면 비현실적 노선으로 실패를 면치 못할 운명만 남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박노자씨의 "좌파민족주의와의 단절"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박노자씨는 '좌파민족주의=주사파'라는 이상한 등식을 사용하는 논리적 오류를 보입니다. 아마도 평등파에서 더 적극적으로 민족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언제까지 자주파에게 그 과제를 밀어두실 건가요?
5. 하지만 당면 실천의 중심은 통일이 아니라 비정규직 해결입니다
제가 보기에 당내 지도급 인사중에 통일 지상주의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당원들이 그런 오해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대선 슬로건으로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내건 것은 패착입니다. 물론 취지는 이해합니다. 궁극적으로 만들어야 할 국가의 새 형식을 말한 것이지요. 민생과 민주주의가 해결되는 내용을 담는 형식 말입니다. 문제는 형식만 내세우고 내용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형식은 내용의 실천적 실현을 통해 구성됩니다. 내용없는 코리아연방공화국의 형식은 통일지상주의로 보이기에 딱 좋습니다. 지금 민중의 요구는 그런 형식의 제시가 아닙니다. 민생과 민주주의를 실현할 내용의 제시, 피부에 와닿는 구체적 대안입니다. 지금 민주노동당에서 관념적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내용을 가장 실천적, 모범적으로 제시하는 단위는 경제민주화본부, 송태경 실장님인 것 같습니다. 오직 대안과 실천으로 말하자는 송태경 실장님의 절절한 호소가 당을 살리는 유일한 길로 여겨집니다.
6. 진실한 당을 보고 싶습니다
분당을 해도 좋고 안해도 좋습니다. 제발 진실한 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음모와 협잡이 난무하는 당이 아니라, 음해와 불관용이 판치는 당이 아니라, 인간성을 갉아먹는 적대의식이 아니라, 진실성이 생명처럼 자리잡는 당을 보고 싶습니다.
분당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정말로 진지하게 분당을 고민해 주십시오 분당을 반대하시는 분들은 정말로 철저하게 고민해 주십시오 대충 봉합하거나 화근을 묻어둔 채 냉소적 현실논리로 흘러가서 그나마 남아있는 진실성마저 질식시켜서는 안될 것입니다.
정말로 민중행복의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가 그런 실현을 위한 정당이 될 수 있는가 오직 그 실천앞에 용광로에 녹아드는 결의를 가질 수 있는가 과연 진보정당으로 정권을 창출하는 새 전략앞에서 낡은 정파들의 논리와 정파간 구도는 혁파될 필요가 없는 것인가 역사는 흘러가는데 언제까지나 엔엘 피디의 구도에 사로잡혀야 있어야 하는가
한국의 모든 정파는 작든 크든 모두 실천적 파산을 겪은 것 아닙니까 제발 모든 정파가 새로 태어나서 참신하고 새로운 진실을 보여주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어느 정파보다도 자주파가 선도적으로 그래야 합니다 그것이 주류적 책임감 아닙니까?
얼마전 어느 후배가 타정파 당원들을 향해 종파주의 어쩌고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열정이 넘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런 경향이 자주파 지도부의 경향이 아니길 바랍니다 만약 진정으로 그리 생각한다면 솔직히 의사를 표명하고 분당을 고민하든 말든 해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자주파는 타정파탓을 하는 편협함으로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먼저 혁신하기, 먼저 반성하기, 먼저 책임지기...진실한 혁신과 실천으로 민주노동당을 거대한 희망의 용광로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십시오. 아마도 저 뿐만 아니라 수많은 당원들의 최후의 기대가 될 듯 합니다.
이대로는 미래가 없습니다. 철저한 비관이 필요한 때입니다.
스스로는 그런 위대한 혁신에 동참할 용기와 자신이 없으면서도 뻔뻔하게 한 마디 올렸습니다. 더 이상 오버하지 않고 자숙하며 살겠습니다.
20:80으로 양극화된 사회는 다수인 ‘80’이 소수인 ‘20’에게 지배당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 민주주의 제도에선 당연히 ‘80’이 지배해야 맞다. 더욱이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자들과 달리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모두 민주주의를 신봉하며 이른바 민주화 이후에는 누구나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더욱 ‘80’이 지배해야 맞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20:80의 불평등, 대중의 궁핍화는 완화되기는커녕 시장만능주의, 승자독식으로 15:85, 10:90으로 치달으면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모순은 ‘80’의 대부분이 자신의 사회경제적 처지를 배반하는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의 말을 빌리면, 강남 사람들은 철저하게 계급의식을 갖고 있는데 반해 강북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가령 ‘조중동’이 ‘20’의 이익을 대변하여 ‘세금폭탄론’을 제기할 때 세금 낼 것도 없는 ‘80’에 속한 사람들도 이에 부화뇌동한다.
‘80’의 이와 같은 자기 배반은 물론 우리만의 얘기가 아니다.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말한 것처럼 “한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은 지배계급의 이념”이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은 그들이 장악한 교육과정과 대중매체를 이용하여 지배이념을 끊임없이 유포함으로써 대중의 의식을 통제하고 조작한다. 그 결과 피지배계급의 자기 배반은 어느 사회에서나 일어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남다른 것은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라는 또 다른 명제가 오로지 ‘20’에게만 적용될 뿐이고 ‘80’에게는 적용되지 않음으로써 노동자들 대부분이 반노동자 의식을 가지고 있을 만큼 ‘80’의 자기 배반의 정도가 아주 심하다는 점이다. 이는 분단 상황이 부른 굴레인 게 분명하다.
새삼스레 정치학 원론에서 나올 만한 얘기를 길게 한 것은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처지’와 ‘의식’ 사이의 괴리가 낳은 정치세력 지형의 왜곡에 관해 말하기 위해서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우편향, 취약한 진보정치세력, 이른바 보수정치세력이 주로 보수를 참칭한 수구세력인 점, 그러한 보수의 대칭 세력을 이른바 ‘진보개혁세력’이라고 뭉뚱그려 말하게 된 점, 이 모든 게 대중의 처지와 의식의 괴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집권한 뒤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양산,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대중의 처지’를 배반하는 정책을 펼친 세력까지 ‘진보개혁세력’에 포함시킨다면, 그것은 ‘대중의 처지’가 아닌 ‘대중의 자기 배반 의식’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진보정치는 당연히 ‘대중의 처지’를 개선시키는 데 그 존재 이유가 있다. 어려움은 대중이 자기 배반 의식으로 진보정치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점이다.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비판적 지지론이 대두되고 있다. 본디 올바른 지지 형태는 비판적 지지이지만 한국에서 사용되는 비판적 지지는 왜곡된 의미를 갖는다. 솔직히 말해,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는 것은 한나라당 후보를 미는 결과를 가져오니 문국현씨가 포함된 범여권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삼진아웃’ 시키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대중이 자기 배반 의식에서 벗어나도록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스스로 물어야 하며, 대중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적어도 비정규직법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분명히 말해야 한다. 이같은 진보정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없이 비지론을 주장하는 것은 대중의 자기 배반 의식 위에 군림하겠다는 권력의지 표명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