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lieve


권력자 vs. 저항자라는 구도의 싸움

언제나 우리의 싸움이 '권력자 vs 저항자'라는 공식안에서 행해졌다. 나는 가끔식 그 공식이 '불변', 혹은 악용되지 않을까에 대해 가끔식 고민했었다. 약자가 강자에 대항하는 어떤 감정적인 선입견을 만들어주는 논리가 요즘에는 너무 흔해졌던것도 사실인갑다.

다음과 같은 글은 왜 한나라당이 약자의 이미지를 일반대중들에게 투영했는지, 왜 열린우리당이 엄살을 떨었는지, 왜 마초 찌질이들이 익명성으로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지, 디워 추종자들이 평론가 한 개인에게 다구리를 떴는지 말해주는 글이다.

원본 링크 :  잠시 곁다리. 권력자 vs. 저항자라는 구도의 싸움

오랫동안 (악하고 강력한) 권력자 vs. (정의롭고 약한) 저항자라는 구도의 싸움은 군부의 장기독재가 있었던 한국에서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오랫동안 '참'이었던 이 구도는 그 장기독재가 무너진 후, 저마다 자신이 선이고 자신이 정의로운 저항자들이라 우기는 사람들에 의해 실제 현실과 상관없이 무수히도 많이 반복, 재현되었다. 그래 최초로 '야당' 자리로 밀려난 한나라당 놈들도 써먹고, 과반수 의석을 얻어 거대 여당이 된 당의 지지자들도 써먹는 공식이 되었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혹은 아주 일부만 그러함에도 사람들은 대립구도를 펴면서 저쪽은 강하고 악한 권력자, 이쪽은 약하고 정의로운 저항자라며 포장을 해대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오랫동안의 저 구도의 싸움에서 '약자는 무조건 상대적으로 선하다'라는 착각이 여기에 곁들여지는데, 약자는 언제까지나 약자이기만 하지 않다. 여성은 남성에게 약자이지만 비장애인 여성은 장애인 남성에게 기득권자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장애인 남성이 비장애인 여성보다 기득권자일 수 있다. (나는 내가 김대중 전대통령보다 기득권자일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중은 소수의 권력자에게 약자일 수 있지만, 한 개인에게 있어 당연히 강자일 수 있다.(물론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소수이고 불의의 권력에 대항하는 저항자라고 포장한다. 한나라당 떨거지들 역시 자신이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가진 자와 그 일당에 저항하는 저항자라고 포장한다. 일개인에게 폭격을 가하면서도 '대중'은, 상대는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있는 문화권력을 가진 자(그가 그저 학생이든 아마추어 리뷰어건 정말 기자건 평론가건)이고 자신은 그런 글 못 쓰고 그저 '악플'이나 달 수 있을 뿐인 약자라고 우긴다. ('악플'만 쓸 수 있는 것인가, '악플'만 쓰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평소엔 멀쩡한 글을 잘 쓰지만 그 순간엔 얼굴을 숨기고 '악플'을 쓰고 싶은 것인가?) 이 구도를 아무데다 써먹으면서 자신을 정의롭고 약한 저항자로 포장하려면, 상대를 악하고 강력한 권력자 내지 기득권자라고 우길 수밖에 없으렷다.

그리하여 어떤 일까지 벌어지냐 하면, 평소 페미니즘에 대해 글을 써온 여자블로거에게 단체로 몰려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언어성폭력을 포함한 사이버테러를 가해놓고는 그 페미니스트가 자신을 피해자라고 호소하자, 그들은 이런 논리를 내세운다. "그 페미니스트는 평소에 글을 잘 쓴다고 두루 인정받았던 문화권력을 가진 자이며 그 권력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의 약한 남성들을 상대로 폭력을 가하며 탄압을 해왔고 그렇기에 대중 남성들은 그 탄압에 저항한 것일 뿐이다, 그 페미니스트는 평소에 자신의 글실력으로 추종자들을 여럿 만들어 나와바리를 관리하고 있었다. 기타 등등" 일명 '권력자인 그 페미니스트의 선빵론'이다. 내가 김규항의 글이 특히 불쾌해 했던 이유는 실제로 있었던 그 일이 그만 떠올라 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의 블로그에 와서 글에 공감해주는 사람 하나를 보며 그저 기분 좋아하던 그 페미니스트는 졸지에 그 사이트를 좌지우지하는 나와바리의 수괴가 되어 불특정 다수의 약한 이들을 글쓰는 권력으로 괴롭히다가 자신이 어떤 불편에 처하자 돌연히 피해자로 호소하는 위선적이고 가증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그 후 그 페미니스트는 자신이 정말 그렇게 글을 잘 쓰는 문화권력을 많이 가진 자가 아닐까 잠시 착각에 빠졌다고 한다.

성실하게 글로 소통하는 사람에게 악플로 대응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저 자는 글을 잘 쓰는 권력자요 나는 이런 찌질거림밖에 못 하는 약자이니 이 방법밖에 없다고 변명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있다. (물론 평소에 멀쩡하게 글 잘 쓰다가 이런 때에만 그 '대중'에 합류하며 약자요, 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다수 섞여들어가기도 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지 않는다.) 개뿔 권력 없는 사람들끼리 권력이 아닌 문제로 싸우면서 상대가 권력자고 나는 거기에 대항하는 의로운 저항자라는 구도를 만들어 버리는 그 지나치게 정치적인(혹은 찌질한?) 센스... 내가 '대중'이란 주제로 이러저러하게 생각을 해보기 시작하고 블로그에 끼적거리기 시작한 것 결정적인 계기도 바로 이런 것이다. 블로거들끼리 글 주고받고 싸우면서 자신이 말 막히면 먹물에 대한 혐오감을 내비치며 순식간에 상대를 지식인, 먹물로 상정하고 자신은 일개 (무식한) 블로거 내지 대중을 자처하는 것. 나는 도대체 왜 개인 한 명인 그가 '대중'일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가지만, 이것은 과거 여러 곳에서 두루 겪어봤던 일이고 이번 <디워> 사태에서도 반복되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Mr Blue Sky

2007/09/05 12:18 2007/09/05 12:18


Announcements

Calendar

«   2009/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Bookmarks

Site Stats

Total hits:
26288
Today:
10
Yesterday:
24
5명이 RSS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34

21

-30 days

today : 10